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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Paradox

Sports 외교,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제2화 Sports외교,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사내 블로그를 통해 "김인범의 Sport Paradox"를 연재 중입니다

두번째 글은 "Sports 외교,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입니다.


2002년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의 기억은 그 시대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누구보다 뛰어난 성장을 보였지만 선진국의 요건 중 하나인 스포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88 서울 올림픽 이후로 침체되었던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수많은 사건과 스타를 배출한 아시아의 대표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02 월드컵 이전에 대한민국의 존재를 유럽에 알린 이가 있었습니다.

여기가 차붐의 나라입니까?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는 누구일까요?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선수를 보는 기준도 달라 수많은 답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요즘 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박지성을 꼽을 수 있겠으나, 전 차범근이 더 위대한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인프라가 약하던 1970,80년대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이던 분데스리가[각주:1]진출하여 10년 동안 수 많은 업적을 쌓은 그는 아직도 독일 최고의 용병선수 중 한 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2002년 당시 우리의 4강전 상대이기도 했던 독일 대표팀의 Michael Ballack[각주:2]과 Miroslav Klose[각주:3]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첫마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기가 차붐의 나라입니까?”

우리나라가 아직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던 시절 이미 차범근은 독일 대표팀 선수가 된 이들의 롤 모델이자 잊을 수 없는 영웅이었습니다.

사진1. 10년 동안의 분데스리가 생활 동안 차범근은 308경기 출전, 98골을 기록하며 독일 축구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http://news.donga.com/3/all/20061124/8377128/1)

이처럼 한 명의 뛰어난 스포츠 스타는 때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통일이 되었는지 아닌지도 몰랐던 이들이 차범근을 통해 대한민국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차범근의 나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대한민국에 신뢰를 보냅니다.

이후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게 되는 선수들은 모두 직, 간접적인 차범근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차범근의 성실하고 화려한 플레이는 이후 한국 선수들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되었습니다.

한편 차범근이 전성기를 보낸 바이어 레버쿠젠은 최근 차범근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생일 축하 트윗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임팩트 있는 활약은 30 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의 기억에 남아 아직도 그와 그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사진2. 차범근의 생일을 축하하는 바이어 레버쿠젠의 트위터 홈페이지 (http://fmkorea.net/football_news/46120754)

피겨여왕의 새로운 도전

평창!”

2011년 7월 7일 0시 20분(한국시간),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은 마침내 결실을 이루었습니다.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 삼성의 이건희 회장, 그리고 나승연 대변인 등등 동계 올림픽 유치의 주역들은 많았으나 많은 이들은 김연아의 눈물을 주목했습니다.

이미 어린 나이에 세계인의 마음을 감동시킨 피겨 계의 여왕은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그녀의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평창은 오래 전부터 동계 올림픽 대회를 염원해 왔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세계인들의 기준에 부족한 대회 인프라, 다른 종목에 비해 부족한 재정적 지원, 그리고 미약한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는 계속된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 되었습니다.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었으나, 부족한 지원과 인기는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 브랜드 파워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평창 올림픽 위원회는 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 '김연아' 라는 비장의 카드를 앞세웠습니다.

사진3.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김연아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750955&ctg=140001)

대규모의 행사나 대회 유치에는 많은 재정적 지원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그런 준비과정을 홍보해 줄 홍보대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국가들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과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세한 홍보 유치 활동의 차이로 승패가 나뉘는 것이 요즘의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겨 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김연아의 유치 활동은 평창이 승리하는 데 큰 힘을 주었습니다.

한 가지 제가 원치 않았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영어를 못하는 8~9명의 남자들이 검은색 양복을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었어요. 새로운 도약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것입니다. 한국은 역동적이고, 음식도 최고이며, 젊은 문화, 음악, 예술, K-POP등 모든 것들이 이번 올림픽 유치전에서 나타났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연아 같은 인물이 필요했죠. 젊음! 그것이 한국의 미래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녀가 카메라를 정확히 바라보며 IOC 위원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을 때입니다. 평창은 아마 그 프레젠테이션으로 적어도 10개의 표를 더 얻었을 겁니다. 강렬한 프레젠테이션이었고 김연아 선수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1~10점 안에서 점수를 매기라 하면 김연아는 2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테렌스 번스(평창유치위 PT 책임자), “SBS 스페셜 : 아이콘 김연아, 2막을 열다인터뷰中)

김연아는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로서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었고, 이는 평창 유치에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국 갤럽 조사 연구소에서 조사한 “동계 올림픽 유치 기여자 상위 5위” 에서도 김연아는 46.5%의 압도적인 비율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SBS 스페셜 : 아이콘 김연아, 2막을 열다 中”)

평창의 승리이자, 곧 김연아의 승리이기도 한 이 사건은 스포츠 외교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분쟁을 멈추게 한 스포츠 스타

사진4. 神으로 불린 사나이, Didier Drogba (http://newsmon.net/2012/05/23/1832)

Didier Drogba는 축구를 보는 사람들에게나 유명한 선수이지만 그의 조국인 코트디부아르[각주:4]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의 박지성, 김연아 급 인기를 누리는 스타입니다. 그의 강렬한 플레이와 뛰어난 스타성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인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단연 주목 받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조국인 코트디부아르는 오래 전부터 내전을 겪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그의 조국이 2006년 월드컵 진출을 결정지은 날(2005년 10월), 그는 방송을 통해 제발 일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고, 그의 바램은 곧 일주일 간 휴전으로 이어지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기간 동안의 휴전은 많은 코트디부아르 인들에게 내전에 대한 회의감을 이끌어내었고, 2007년 3월 대통령과 반군 지도자는 평화합의문을 작성하였고, 그 해 7월 내전은 완전히 종료되었습니다.

후에 드로그바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다 준 그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다

월드컵 진출을 통해 둘로 나누어져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한 드로그바의 사례는 스포츠로 국가 분쟁까지 해결한 감동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기적 같은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외교의 효과는?

스포츠 외교는 단순히 스타를 내세워 광고효과를 누리는 것을 넘어 이제 세계인의 마음을 열어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습니다. 딱딱한 정치인과 외교관의 홍보 발언보다는 전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호소력 있는 말 한마디가 대중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5. 런던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David Beckham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30510)

David Beckham의 존재가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과 Manchester United의 전세계적인 인기를 이끌고, 영국 런던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의 대한민국은 전쟁의 역사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하고, 월드컵과 WBC 4강에 모두 들었으며, 세계적인 피겨스타인 김연아와 수영선수 박태환, 축구선수 박지성이 있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강력한 지도자는 다른 국가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훌륭한 聖人의 존재는 많은 이들의 경외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는 세계 모든 이들의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 명의 영향력 있는 스포츠스타는 100명의 외교관이 할 수 없는 일을 이뤄내곤 합니다.

독일인들에게 “대한민국” 이란 나라는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붐의 나라”는 매우 친숙하고 향수 가득한 나라입니다. “김연아”란 이름은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많은 것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낯선 이성을 처음 만나면, 우리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서로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 거리감을 좁히고 친밀함을 이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스포츠외교는 이러한 노력을 줄여주고 효과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외교 수단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포츠외교는 자원 없이 인재의 힘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을 또 한번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http://blog.skcc.com/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