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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Paradox

"이름이 뭐예요?"(귀화선수 특집)



제 4화 "이름이 뭐예요?"(귀화선수 특집)

사내 블로그를 통해 "김인범의 Sport Paradox"를 연재 중입니다

네번째 글은 "이름이 뭐예요?"(귀화선수 특집) 입니다.


예로부터 스포츠 경기는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팀들은 각 지역의 이름을 딴 팀 이름들을 채용하고 있고, 곧 그 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선수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의 국가의 명예를 위해 올림픽, 월드컵 등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곤 합니다.

한 · 일 전이 언제나 긴장되고 관심 가는 이유 역시 이러한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계적으로 불어오던 논쟁거리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간간히 핫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귀화선수 논란'입니다.

귀화선수의 출현

귀화선수는 말 그대로 기존의 국적을 가진 선수가 다른 국적을 선택하여 바뀐 국적의 국가를 위해 뛰는 선수를 말합니다.

세계 최초의 귀화 선수가 누군지는 확실히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아시는 분이 있다면 제보를…^^)

이는 다문화 정책이 발전한 유럽, 미국 등의 나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혼혈 선수’들이 출현하여 이중국적 및 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몇몇 내셔널리즘이 강한 국가들은 귀화선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러한 정책은 2000년대 들어 급변기를 맞이합니다. 국가를 대표 하는 만큼 우리 민족 출신의 선수만이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기존의 믿음은 글로벌 코리아를 지지하는 개혁 세력에 의해 바뀌었고, 이는 많은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자신의 두 번째 국가로 선택하는 도화선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진 1. 프로 선수 최초의 귀화선수 신의손

사진2. 귀화 선수 최초의 메달리스트 당예서


개혁이 필요했던 탁구에서 많은 선수들이 귀화를 하기 시작하였고(당예서, 석하정, 곽방방), 그 뒤를 축구(신의손, 이성남, 이싸빅, 마니산)와 농구(이승준, 문태영, 문태종)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프로선수 최초로 귀화한 선수는 축구의 ‘신의손’ 선수(골키퍼) 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탁구 국가대표 당예서 선수가 귀화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귀화선수에 대한 보수적인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왜 귀화를 하는가?

필자의 입장에서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좋아하기에 귀화를 선택했다라는 말은 “그냥 알고 지내는 오빠 동생 사이예요”라고 인터뷰하는 스캔들 난 연예인들의 말보다도 신뢰성이 떨어지게 느껴집니다.[각주:1]

물론 대한민국에 대한 이들의 애정을 매도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애정보다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귀화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국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국가에서 B급 선수로 남을 것인가, 새로운 국가에서 A급 선수 또는 그 이상이 되어 볼까였을 것입니다.

실제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이중국적 선수들은 자신의 국가를 “선택” 하는 데 있어 자신의 미래 플랜에 빗대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어느 국가에서 더 기회를 잡을 것인가, 어느 국가에서 내가 더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프로 선수’ 로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고민의 하나일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 선수들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이 있겠습니다. 배우자와의 결혼에 의해, 자신의 앞으로의 삶의 환경에 대한 선택을 위해, 또는 자신의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는 조국의 환경에 의해...

실제 많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유럽 곳곳에 귀화를 하여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는 불안정한 조국의 정세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귀화 선수 출신 스타들

프랑스 축구의 상징,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라는 국가에서 태어났습니다. (트레제게, 벤제마도 알제리계)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비에라는 세네갈 태생, 마케렐레는 콩고 공화국 출신입니다.

유난히 많은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건너온 프랑스는 개방적인 귀화 정책과 특유의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많은 귀화 인재들을 배출해 냈고 이는 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패권을 차지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데쿠는 브라질에서 귀화하였고, 폴란드 대표팀의 올리사데베는 나이지리아에서 귀화하여 한동안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일본 축구는 과거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선수들인 라모스(94년), 로페즈(98년), 산토스(01년), 툴리우(03년)등을 차례로 귀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하였습니다.

사진 3. 프랑스의 르네상스 전성시대를 이끈 지네딘 지단의 모습. 프랑스는 귀화정책이 발달하여 많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귀화 선수들의 활약은 더 두드러집니다.

미국의 수많은 올림픽 육상 스타들은 특정 비율 이상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던 귀화 선수들이었고, 중국의 탁구 선수들은 국가 대표로서 올림픽에서 뛰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귀하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신의 육상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기도 했던 카타르는 최근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수많은 축구 선수들을 귀화시켜 미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각주:2]

최근의 귀화 열품, 특히나 수준급 선수들의 귀화 열풍은 개인적인 신분 상승과 국가 전력 극대화라는 각각의 목표가 절묘한 이해관계를 이루어 탄생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빅토르 안이 되어버린 안현수, 그리고 그 이후...

대한민국이 배출한 쇼트트랙의 최강자, 외국선수들도 인정한 세계 유일의 No.1.

안현수 선수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그리고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레이스가 매력인 쇼트트랙 종목에서 그 특유의 리듬과 경기 운영능력으로 대한민국을 언제나 시상식 맨 위에 올려놓곤 했습니다.

어느 날 붉어진 쇼트트랙 연맹의 파벌 싸움과 긴 부상은 그가 한동안 쇼트트랙 세계를 떠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는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각주:3]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

사진 4. 한국대표시절의 안현수 선수

사진 5. 러시아대표선수가 된 빅토르 안 선수

" 당신에게 이 선수는 안현수 선수인가요? 빅토리 안 선수인가요? "

국민들은 안현수 선수가 귀화할 때까지 방관한 쇼트트랙 연맹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였고, 국적을 바꿔버린 안현수 선수에 대한 아쉬움(물론 그를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을 토로 했습니다.

단일민족을 자랑처럼 여기던 대한민국의 간판스타 선수가 또 다른 기회를 위해 국가를 바꾼 결정은 일부 극소수 여론에 의해 배신자로 불려지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는 귀화선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직은 그리 곱지 않다는 느낌을 들게 하였습니다.

귀화 선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귀화한 것이 배신행위이며, 그 선수가 배신자라면, 우리나라로 귀화하는 선수들 역시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선수들이 지금은 잘하지만 은퇴한 후의 삶에 있어서, 우리는 그들에게 기존의 국민과 동일한 자격과 기회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선수의 귀화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다만 앞서 안현수 선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이러한 귀화선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귀화선수를 대표선수로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사실은, 그러한 선수들을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라봐 줄 것이냐 아니냐가 더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두 사례 모두 언젠가는 일관된 정책과 나름의 합의가 된 여론을 통해 해결해야 될 문제이며, 향후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는 데 있어 꼭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타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 정책이 지속된다면 이제 혼혈 국가대표 선수를 보게 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혼혈선수가 국내선수와 귀화선수의 중간자적인 느낌이라면, 과연 우리는 귀화선수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거나 어색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귀화 선수를 받아들여 지속적인 세대교체의 과정으로 삼는 게 무조건 쿨한 것만은 아니며, 이들을 억지로 막는다고 무조건 보수적이다 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단지 우리의 전력 강화를 위해 이들을 받아 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함께 할 마음이 있어서 받아들이는 것인지 알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빠른 선택을 좋아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백 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신중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과 우리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 6. 매년 개최되는 Global Korea 행사 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요?

귀화 선수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 스포츠 계의 문제지만, 사실 앞으로의 개방성 있는 또는 모험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우리 정부가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어떤 자세로 대처할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역시 귀화선수와 다문화 정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Epilogue.

매번 칼럼에서 나름의 제 의견을 명시했지만, 이번 칼럼에서만큼은 제 의견을 제시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귀화 선수 논란은 보는 관점에 따라 또는 자신의 위치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합리적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구성되어 대한민국의 스포츠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범생각)

Image Reference

사진 1. 신의손 선수
http://news.sportsseoul.com/read/soccer/566233.htm

사진 2. 당예서 선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type=2&aid=2008081597477&nid=910&sid=83

사진 3. 지네딘 지단
http://dvdprime.donga.com/bbs/view.asp?bbslist_id=1967564&master_id=40

사진 4. 안현수 (한국선수 시절)
http://ask.nate.com/qna/view.html?n=11426265
사진 5. 안현수 (러시아선수 시절)

http://news.donga.com/3/all/20130310/53584607/1

사진 6. 글로벌 코리아
http://bluemarbles.tistory.com/1771